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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2.15 경향신문][新 실크로드를 가다] 6. 아프가니스탄
  번호 : 465   작성일 : 02/16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2193
[新 실크로드를 가다] 6. 아프가니스탄

입력: 2006년 02월 15일 17:37:16
아프가니스탄은 재건 중이다. 비록 총성은 멎지 않았지만 새 도로가 뚫리고, 병원과 학교가 들어서고 있다. 그들도 일어서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시안 하이웨이의 주요 구간인 카불~칸다하르 구간(450㎞)은 지난해 말 완공됐다. 왕복 2차선에 불과하지만 우리의 고속도로처럼 시원스럽다. 현지인들은 일본이 놓은 도로라고 했지만 유엔의 자료에는 미국이 2억5백만달러를 들여 포장한 곳으로 나와 있다.


카불~가즈니 고속도로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칸다하르의 관문 가즈니로 이어지는
고속도로. 시원스레 뚫린 이 도로는 미국의 원조로 완성됐다.


고속도로가 놓인 이 일대는 해발 2,000m 안팎의 고원. 몽골초원처럼 차로 달릴 수도 있을 텐데 왜 서둘러 도로까지 놓았을까? 전쟁통에 지뢰를 많이 뿌려 사람도 차량도 발을 들여놓기 힘든 곳이기 때문이다. 현지인들은 미국정부가 전쟁물자를 더 수월하게 수송하기 위해 도로를 새로 만들었다고 믿고 있었다.

재건 작업은 거의 100% 외국의 원조로 이뤄지고 있다. 하기야 27년 가까운 전쟁으로 국토 전체가 파괴됐으니 복구 능력이 있을 리 만무하다. 카불은 물론 근교에서도 공장 하나 볼 수 없었고, 현지에서 생산되는 것은 포도와 호두 등 농산품과 양, 염소 등 육류가 전부다. 유엔의 자료에는 1차 산업이 70%, 2차 산업과 3차 산업이 각 15% 정도로 나와있지만 2차 산업이라는 것도 카펫 공장이나 모자공장 등 수공업 수준이다.

그래서 전쟁 후 2002년 도쿄에 모인 세계 각국 정상들은 아프간에 45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으며 한국도 2006년까지 4천5백만달러 지원을 약속했다. 한국의 경우 이라크 전쟁경비 부담을 제외하면 사상 최대 원조사업 규모다. 카불시내에 이브시나 병원을 건립했으며 직업훈련원도 세웠다.


한국 건설사가 짓고 있는 연수원 한국 삼미건설이 세우고 있는 아프간 카불의
공무원연수원. 아프간 현지엔 간단한 목공 기술을 가진 이도 없어 터키에서 노동자를 데려오는 실정이다.


현재 이스탈리프에 수력발전소를 세우고 있고, 공무원 훈련원도 건축 중이다. 직업훈련원의 경우 자동차, 의상디자인, 컴퓨터, 전기 등 모두 6개 과목에 각 30명씩 180명이 연수 중이었다. 현지에 파견된 한국인 자문단 6명. 대단한 기술이 아니라 초보적인 기술을 전수하는 게 고작이다. 이정훈 수석자문관(52)은 “아프간은 전기나 배관 같은 기초적인 기술조차 없는 나라”라며 “아프간의 산업발전을 위해서는 기능인력이 절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원조 사업장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카불 공무원연수원 건설사업장의 문병훈씨(41)는 현장에 미사일이 떨어진 적도 있을 정도로 불안한 곳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술집하나 없는 아프간에서 스트레스를 풀 곳조차 마땅치 않다. 2004년 10월 13년을 사귄 애인과 결혼했다는 김정규씨(31)는 결혼 2주 만에 다시 돌아와 근무하고 있는데 일을 마치고 혼자 숙소로 들어갈 때 가족들이 가장 보고싶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기술연수 받는 현지인들 한국의 원조로 세워진 직업훈련원. 전기·자동차·컴퓨터·의상 등 모두 6개 과목에 180명이 기술연수를 받고 있다 .


아프간 재건의 또 다른 축은 세계각국의 NGO다. 아프간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대개 세 부류다. 외국군인, 원조기관 종사자, NGO 활동가다. 현재 300개 현지인 NGO와 세계각국에서 모인 180개의 국제 NGO가 활동 중이다. 171명이나 되는 한국 NGO의 활동도 활발하다.

요즘 아프간에선 한국을 본받자는 운동이 퍼져나오고 있다. 6·25라는 끔찍한 전쟁을 겪었지만 불과 50년 만에 세계 10위의 무역국으로 일어선 한국을 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유영방 주 아프간 한국대사는 “미국과 유럽, 일본이 200년에 걸쳐 이룬 부를 한국이 불과 50년 만에 압축성장을 했다는 것이 아프간 사람들의 눈에는 기적으로 보이는 것 같다”며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증오심이 덜한 아시아국가에 대한 호기심도 들어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산업현장을 둘러보고 온 일부 관리들은 처음엔 한국의 생활수준을 인근의 파키스탄 정도로 생각했다가 막상 한국의 발전상을 보고 깜짝 놀란다고 했다. 이들의 한국방문 경험담이 현지 TV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일반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현지 외국 NGO 사이에서도 한국에 대한 평가는 좋다. 미국에 본부를 둔 월드비전이란 구호단체가 원조한 나라 중 유일하게 원조 대상국에서 원조국으로 성장한 나라가 바로 한국이기 때문이다

전쟁이 휴전보다 익숙한 아프간. 그들이 다시 일어서야 아시안 하이웨이도 뚫릴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글·사진 최병준기자 b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