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본사의 중견 건설업체인 ㈜삼미건설(옛 삼림종합건설) 해외사
업팀에 소속된 김동국(31) 대리는 누구나 위험하고 황폐하다고 생각
하는 땅,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 근무 중인 토목건설인이다.
수도 카불에서 승용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이스탈리프에서 소수력발전소
건립을 위한 현장 대리인으로서 총괄 책임을 맡고 있는 그가 지난 주
말 설계변경 건으로 잠시 귀국해 부산에 머물고 있다.
'소규모 하천의 물을 인공적으로 유도해 고성능 저낙차 터빈을 가동해 전력을 생산하는 게 소수력발전 시스템입니다. 특히 저개발국가의
원조에 유용하게 이용되는데 저렴한 비용으로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으면서도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개발의 전형이죠. 시설원조
못지않게 운영유지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거든요.'
발전소 건설현장이 있는 이스탈리프는 국군의료지원단(동의부대)과 국군건설공병지원대(다산부대)가 나가 있는 바그람 기지와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사람 사는 곳이라 다 똑같아요.차이라는 건 결국 환경인데,조금 더 불편할 뿐이죠. 한국 정부의 100% 무상원조로 건립되는 사업인만큼 더 열과 성을 다하려고 해요. 하지만 현지에 있어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20여년 동안 계속된 전쟁과 탈레반 정권의 압제는 사회기반시설과 사람들을 거의 빈사 상태로 몰아넣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생활편의시설은 기대할 수도 없다.
특히 살인적인 더위에 이어 찾아온 혹독한 겨울 추위는 아프간의 불안한 정세만큼이나 견디기 힘들다는 게 김대리의 솔직한 고백. 숙소에선 자체 발전기를
돌려서 일부 필요한 전기를 만들어 쓰고 있지만 역부족.
온수는 고사하고 조명시설 해결하기에도 급급하다. 아프간 전기보급률은 4%대.
'밤만 되면 암흑천지예요. 이번 사업 자체가 이스탈리프 지역의 500가구와 관공서에 전기공급을 위한 것이니 뿌듯하고 보람도 있어요. 예전에 우리가 어려울 때 국제적으로 도움을 받았듯이 이제는 우리가 베푸는 거잖아요. 현지인들 호응도 좋은 편이어서 '한국'이라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요.'
현재 아프간에 나가 있는 삼미건설 직원은 모두 5명.
나머지 대부분은 현지인 고용으로 해결하고 있다. 특히 삼미건설에서 지어준
직업훈련원 출신을 중간관리자로 채용한 것은 눈길을 끌었다. 이들 중간관리자는 영어를 구사하는 한국 기술자와 현지인 사이에서 '다리어'(아프간공용어)를 구사하며 연결고리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단다.
'아프간 사회가 많이 안정을 되찾고는 있지만 불안한 것도 사실입니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부족한 인프라 등 애로사항이 적지 않지만
언제 등뒤에서 총알이 날아들지 모른다는,안전에 대한 위협이 가장
크죠. 전봇대 곳곳에 박힌 총알 자국,탄피로 만든 중앙분리대,탱크체인으로 만든 과속방지턱이 상상이나 됩니까?' 카불에 위치한 숙소는
유엔개발계획 협조로 24시간 경호를 받고 있습니다.'
동아대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ROTC 출신의 김 대리는 공병대 중대장을 거쳐 지난 2003년 삼미건설에 입사했으며 아프간 현장에는 소수력 발전소 사업이 시작된 지난해 4월부터 파견돼 있다.
2003년 국내 건설업체로는 최초로 아프간에 진출한 삼미건설은
지금까지 학교 17곳,보건소 8곳,병원 1곳,직업훈련원 1곳 등의 건물을
준공한 데 이어 오는 9월 준공 예정의 소수력발전소,
10월 준공 예정의 공무원교육원 건립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김은영기자
key66@busanilbo.com
부산일보 2006년 2월 8일 보도기사 |